“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조시대의 미술비평가 유한준의 글을 원용한 것이지만 원문과는 다릅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제대로 볼 수 있게 되며, 아는 즉 그것을 모으고자 하는 바, 그냥 모으기만 하는 것과는 다르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 易非徒畜也)”

 유한준의 글에서는 ‘앎’이 우선인데,

유홍준의 글에서는 ‘사랑’이 먼저입니다.

글 쓴 이들의 오묘한 속내의 차이를 잘 알 수 없지만 얼핏 듣기엔 그 말이 그 말인 듯싶기도 합니다.

어느 한 대상에 대해 아는 일은 사랑하는 일의 시작입니다.

거꾸로 다른 한 대상을 사랑하는 일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사랑은 더 깊어집니다.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비례하여 그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집니다.

 엄마는 사랑하는 아기의 식성과 잠버릇을 훤히 알고 있으며, 사랑하는 이들은 연인의 몸 속 은밀한 비밀까지도 다 알게 됩니다.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다 보면 사람은 스스로 ‘사랑의 덫’에 빠져들게 되며,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안달을 합니다.

‘지독한 사랑’에 빠진 이는 존중해 주어야 할 상대방의 내밀한 부분까지 알고 싶어 집착하기도 합니다.

북한과 북한사람들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자 하는 노력은 바로 그들을 사랑하는 일의 시작이자 평화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아는 것 없이 사랑할 수 없으며, 사랑 없는 곳에 평화가 있을 수 없는 이치를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손잡고 한몸을 이루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입니다. 통일은 그렇게 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