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무척 길고 심합니다.

 여기저기 먹을 물이 없어 아우성입니다.

허옇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저수지들마다 그들먹하게 물을 채울 수 있도록 큰 비가 한 번 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무더위가 극심하던 한여름, 설악산 산행에 나섰다가 겪은 일입니다. 준비성이 모자라 그만 중간에 물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땀이 비오듯 하는 동안 입안은 숨이 콱콱 막힐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물이 있다는 저항령까지는 희망으로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물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비 온 지 오래된 갈수기였던 때문입니다.

아무리 찾아도 허사였습니다. 아득한 절망감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고 어디로 가든 세 시간 이상은 가야 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아무런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 채 그저 울고만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 되돌아서는 순간 커다란 바위 틈 사이로 반짝하는 빛이 보였습니다. 물이었습니다.

그 순간의 기쁨이라니..... 실로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는 그런 기쁨이었습니다.

 이제 짧은 글들을 가지고 평화운동에 조금이나마 기여 해 보고자 여러분과 긴 대화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떨립니다.

말과 글이 차고 넘치는 시대, ‘말 없음’만도 못한 말, 글 같지 않은 글로 읽는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제가 보내는 편지가 평화에 갈증을 느껴 목이 타는 분들에게 청신한 한 모금의 물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친 욕심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