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서울과 평양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새로운 것들이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15일 ‘데이케어센터’라는 게 생기고, 평양에서는 27일 북한 최초의 ‘패스트푸드’점인 ‘속성음식센터’가 문을 연 것입니다.

‘데이케어센터’란 치매나 노인성 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기구라 하니 아마 영어로 ‘DAY CARE CENTER’의 한글표기인 듯합니다.

 ‘데이케어센터’가 문을 연 소식은 ‘알림’ 정도의 비중으로 다루던 언론들이 평양의 ‘속성음식센터’ 개점소식은 사진을 곁들여 아주 크고 무겁게 다뤘습니다. 지독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웬 패스트푸드점인가 싶어 그랬을 것으로 짐작되었습니다.

 남한에서 흔히 ‘패스트푸드’라고 부르는 것을 북한에서는 ‘속성음식’이라 부르는 모양입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우선 ‘센터’라는 외래어가 북에서도 우리말처럼 굳어져 가고 있는가 싶어 조급 섭섭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흔히 ‘아이스크림’이라 부르는 것을 북한사람들은 ‘얼음보숭이’라 부른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근거 없는 우월의식 같은 것을 경험했을 법도 합니다.

 ‘패스트푸드’와 ‘속성음식’. 하나는 영어이고 다른 하나는 한자어인 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둘 다 외래어일 뿐 순수 우리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자어는 오래도록 써 오는 동안 우리말로 굳어진 것이고, 영어는 아직 대부분이 우리말로 굳어지지 않은 외국어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남쪽의 사람들이 귀에 익은 우리말 합성어인 ‘속성음식’이란 말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서양어 중심의 언어사대주의에 길들여진 때문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한사코 제 나라 말을 버리고 외래어를 쓰지 못해 안달이지만, 북한 사람들은 한사코 ‘조선어’ 사용을 고집합니다. 남한사람들은 북한사람들의 말이 촌스럽다고 경멸하는 눈치이지만, 북한 사람들은 남한사람들의 말이 주체성을 잃었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쓰던 우리말 다 팽개쳐 버리고 계제만 되면 외래어를 쓰지 못해 조바심 치며, 우리말 쓰기를 부끄럽게 여기는 남한사람들의 말. 글 생활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데이케어 센터’, 그것은 서울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