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반세기 그 긴긴 날 이를 북북 갈다가

오늘 새벽 비지땀 같은 식은 땀 흘리며

악몽에 가위눌렸지

원혼들이 울부짖는 절규에 온 몸이 떨려왔지

고아 되어 굶어죽은 아이들이

대포알 폭탄 파편에 부서져 날아간 살 조각들이 젊고 아름다운 몸

서럽고 억울해 흩날리는 꽃잎처럼

하늘하늘 하늘에서 내려앉는 누이들이

집 버리고 낯선 땅에 헤매다 고향 그리워

두고 온 자식 이름 부르며

눈 못 감고 세상 떠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울부짖는 탄원소리에 가위눌려

비지땀 같은 식은 땀 흘리며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반세기 그 긴긴 날 아직도 이를 가는 소리 철전지 대원수 서로 이를 갈면 모두 죽는데

증오의 쇠사슬 끊을 길 없는가

미운 놈 죽이는 것보다 미운 놈 살려야

나도 살고 미움 벗어날 길 열리는데

아 아, 이제는 그만 잊자, 그 때 그 날을

최후의 하나까지 내 형제자매 쳐서 무찔러야 빛나는 나라 세상 어디 있는가

저 끔찍스러운 노래는 이제 그만 부르자

이를 가는 미움으로 죽은 겨레 다시 살리자

이갈다 꾸는 악몽에서 깨어나자

울부짖는 겨레의 탄원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6. 25. 새벽 악몽에 시달리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