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지난 6월 16일(수) 보내주신 정성어린 편지를 받고도 즉시 회답 못 드린 것을 사과합니다.

 전 세계 지구상에서 부정부패가 난무하는 험악한 낡은 한 해를 보내고 소망의 새해를 맞이하여 온 가족에게 만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목사님의 물심양면으로 끊임없이 돌봐 주시는 덕분에 이 통일 할아버지는 몸도 건강하고 생활도 여전하게 지내고 있는데, 더불어 이 달(12월) 초에 문수산성교회 송병구 목사님을 통해서 보내주신 생활비로 80노구의 몸을 따뜻하게 월동하고 있으니 목사님과 신도 여러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목사님께 바라옵건데는 목사님 시종일관 성직자로서 우리 민족의 주체를 더욱 돈독히 하시여 온 아메리카 대륙에 우리 민족의 “얼”이 뿌리 깊이 내리도록 항상 하느님께 기도하여 주세요. 그리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도록도요.

이 통일 할아버지는 변함없이 일편단심 한점 부끄럽 없이 우리 민족의 하나, 하나, 또 하나가 되도록 뛰고 있고 또 뜁니다.

그래서 더도 말고 우리 민족공동체가 이룩되고 더 나가서 평화공동체가 되여 전쟁 없고 공해가 없는 인간 본연의 원점으로 되야지요. 목사님 저는 하나 밧게 없는 내 조국 우리 조상이 물려준 이 땅 바로 이 서울도 내 땅 그 누구에게도 한 치의 땅이라도 양보할 수 없으며 침탈당할 수 없슴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내 땅에서 내 산하에서 살고 있음을 자부하고 있으며 이 모 주체가 자연수명이란 한계가 있는 법칙 그 누구도 인간이라면 변경할 수 없는 자연법칙 말입니다.

이 할아버지 철학대로라면 “인간은 유한하나 인류는 영원하다. 따라서 우리 민족도 우주와 더불어 영원하다,” 그래서 내 나이 새해가 되면 81세 고령이지만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 것, 딱 한번 죽어 없어지고 영혼으로서 내 조국 내 땅을 지키야 되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목사님이 잘 이해해 줄 것을 믿으며 너머 사연이 길어졌슴을 용서해 주세요.

내 내 몸 건강히 다시 만날 때까지 편안하세요. 안녕.

1993년 12월 7일, 노인공동체에서 김석형 씀

(장기수이셨던 김석형 통일 할아버님은 2000년 9월, 장기수 북한송환 때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평안한 말년을 보내셨다.)

최 종 수 (목사, 야생버섯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