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첫 합작드라마’, ‘북 최초의 디지털 제작 및 동시녹음 드라마’. 8월 중 KBS 수목 드라마로 방영될 24부작 〈사육신〉 앞에 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이제 안방에서도 남북이 함께 만든 드라마를 감상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모름지기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사육신〉을 기다리는 남측 시청자들을 위해 《민족21》이 〈사육신〉의 모든 것을 10문 10답으로 정리했다. 도움말에는 김기춘 KBS 남북교류협력팀장, 나상엽 KBS 드라마PD가 수고해 주셨다.

Q1 처음 남북 합작드라마 〈사육신〉을 구상하게 된 계기와 제작 과정은?

〈사육신〉은 북측이 먼저 제안한 사업이다. 이미 시나리오가 나온 상태에서 북측이 장비와 기술문제 등으로 고민하다가 보류했던 드라마였다. 2003년 북이 KBS에 〈사육신〉 합작을 제안해 내부 검토 끝에 2005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남측에서 방송장비, 조명차, 발전차, 수송버스, 카메라, 편집기 기타 등등 방송장비들을 지원했고 북측에서 캐스팅, 연출을 비롯한 일체의 제작을 담당했다. 2005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남북 작가들의 대본 수정을 거쳤다. 이후 8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1년여 만인 2006년 9월 마무리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TV에서 〈사육신〉을 볼 수 있어야 했지만 촬영 직후 터진 핵실험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다행히 올해 들어 정세가 좋아지면서 3월 28일부터 4월 1일 평양에서 최종 시사회를 가졌다. 당시 나온 남측의 수정요구들을 반영한 뒤 지난 6월 20일, 개성에서 KBS 남북교류협력팀이 드디어 편집원본을 인수했다.

〈사육신〉 프로젝트를 결정할 당시 KBS는 이 작품이 장기적으로 남북 방송교류의 토대가 되는 한편, 북측의 드라마 제작기술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2005년 크랭크 인 전에 동시녹음, 디지털카메라 조작법, 분장, 미용, 소품, 대도구(세트) 등 6개 분야에 걸쳐 남측 기술진이 북측과 만나 정보교환을 하고 기술을 전수했다. 북 최초의 디지털 제작, 최초의 동시녹음 드라마 〈사육신〉은 이러한 남북의 노력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 거친 승마씬을 표현하기 위해 나뭇잎으로 분장(?)중인 솔매역의 조명애. 무용으로 기본기가 다져진 덕에 말에 타자마자 달리는 기염을 토했다.

Q2〈사육신〉의 기획의도와 스토리는?

북측이 보내온 기획의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당시 사륙신의 행적을 유교도학적인 관점에서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불사이군의 충군사상에 기초한 충의절개로 평가하였다면 이번 텔레비죤력사극창작을 통하여 그들의 충정과 절개를 현대성의 견지에서 새롭게 고찰하고 죽음을 초월하는 충의절개는 참된 인간의 기본성정인 변할 줄 모르는 의리심에서 발산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를 통하여 북과 남이 하나의 력사, 하나의 언어와 풍습을 가진 하나의 민족임을 다시금 확인하고저 한다.’

남측의 김기춘 KBS 남북교류협력팀장도 “〈사육신〉이 요즘 세대의 변절, 의리없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돼 있는 정사 속 사육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야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한데 엮어 정통 역사드라마로 극화했다. 세종시대부터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한 후 사육신을 처형할 때까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처음 북측의 대본은 정사 중심으로 쓰여져 다소 딱딱했던 것이 사실. 때문에 남측이 사랑과 멜로, 갈등과 눈물, 극적 감동 등을 가미시켜줄 것을 요구했고, 북측은 ‘열린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Q3 드라마 속의 ‘러브라인’은? 애정 표현의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당초 대본에는 없었지만 남측의 요구로 사랑 이야기를 살렸다. 주인공 성삼문과 소연의 애절한 사랑이 2회부터 마지막 24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실제 야사 속에 등장하는 정소연은 고려시대 정몽주의 먼 친척으로 일가가 죽임을 당할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여성. 성삼문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다가 역사의 질곡 속에서 한때 기생이 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겪게 된다고. 또한 〈사육신〉에는 솔매와 신숙주 사이에 애증의(?) ‘러브라인’도 그려진다고 하니 눈여겨 지켜보자. 애정 묘사는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가벼운 ‘포옹’정도로 표현될 듯하다. 자세한 것은 직접 드라마를 통해서 확인하시길.

▲ 촬영장을 지휘하고 있는 북측의 장영복 감독.

성삼문 역을 맡은 배우 박성욱은 요즘 최고의 ‘미남배우’로 손꼽히는 북녘의 ‘완소남’. 그간 수많은 시대물과 현대물에 출연했으며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평양출생으로 평양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텔레비죤극창작단 소속이다. 출연작으로 드라마 〈붉은 흙〉 〈따뜻한 우리집〉 등이 있다. 여주인공 정소연을 열연한 배우 김련화도 평양출생으로 평양연극영화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조선예술영화촬영소 소속 배우이며 예술영화 〈우리는 여기서 산다〉 〈붉은 봉선화〉 드라마 〈준엄한 평화〉 등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신숙주 역의 배우 고승룡은 함경북도 김책시 출신으로 텔레비죤극창작단의 공훈배우. 김종서 장군 역을 맡은 배우 김수일은 함경남도 흥남시 출신으로 국립연극단 소속의 공훈배우이며 예술영화 〈성새〉 텔레비죤연속극 〈오늘도 서있는 집〉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수양대군 역의 최봉식은 평안북도 신의주 출신으로 4.25예술영화촬영소 소속의 인민배우다. 남쪽에도 잘 알려진 〈임꺽정〉 등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인공 겸 주역을 맡았다. 이효리와의 휴대폰 CF로 잘 알려진 솔매 역의 조명애는 평양음악무용대학(현재 평양음악무용학원) 출신으로 현재 국립민족예술단 소속의 무용배우다. 남측이 유일하게 캐스팅에 관여한 조명애를 제외하고는 배우 전원이 평양연극영화대학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연기를 배우고 익힌 관록의 명배우들이다. 출연자들의 면면만 보아도 북이 이 작품에 어느 정도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

▲ 고려성균관에서 촬영된 연회장면. 고증에 철저한 북이 만든 조선시대 의상과 가채가 볼만하다.

Q5 조명애의 연기는 어떨까?

북에는 외모가 괜찮다고 해서 연기자로 뽑히는 ‘길거리 캐스팅’이 없다. 배우는 어릴 때부터 평양연극영화대학 등에서 철저한 연기수업을 통해서 키워지는 것이 대부분. 때문에 조명애를 캐스팅해달라는 남측의 제안은 북측 입장에서 보자면 생소한 요구였던 셈이다. 그러나 〈사육신〉에 ‘아는 얼굴이 하나라도 나와야 한다’는 KBS의 끈질긴 설득이 받아들여져 마침내 조명애의 ‘솔매’가 탄생할 수 있었다. 다행히 무용으로 기본기가 다져진 조명애는 말을 태우자마자 달리고, 수많은 격투장면도 대역 없이 소화해 북측의 장영복 감독도 상당히 흡족해 했다는 후문이다.

▲ 개성 고려 성균관에 마련된 촬영장에서 남측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세종과 단종.

 Q6 〈사육신〉의 시나리오를 쓴 북의 박인서, 김일중 작가는 누구?

박인서 작가는 1939년생으로 현재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죤극창작단장을 맡아 라디오문학 창작활동 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북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 특히 역사문제에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으로 집필활동에 참가한 김일중 작가도 텔레비죤극창작단 작가로서 서포 김만중의 후손이다. 2005년 북경에서 만난 남북 작가들은 9일간 철야작업을 하면서 3차에 걸쳐 내용수정과 검토를 반복했다. 다행히 장르가 사극이라서 남북의 말투나 단어 차이는 거의 문제되지 않았다. 단, 여기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하나. 실제 드라마에서 주연급은 정통 사극어조를 구사하지만 사극에 익숙지 않은 젊은 배우들은 현대의 북녘식 말투를 많이 쓴다.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북녘의 두 어투를 비교해서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 촬영된 영상을 주의깊게 살피고 있는 장영복 감독. 장 감독은 북의 인기 드라마 <임꺽정>을 연출한유명 감독이다.

Q7 <사육신〉의 의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남측의 의상담당자가 직접 올라가 참고용으로 여러가지 사극 의상 디자인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한다. 북측이〈사육신〉을 위해 새로 제작한 의상만 무려 8000여 벌. 흉배의 문양 디자인이나 가채 등은 남측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역사연구가 활발한 북은 의상고증에도 철저하기로 이름나 있다. 북이 직접 만든 조선시대 의복을 감상하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 KBS와 인터뷰중인 북측배우 김련화.

Q8 드라마의 촬영지는 어디어디?

주요 무대는 개성과 평양. 개성에서는 성균관과 박연폭포 등이 나오고 평양에서는 을밀대 등 평양성 일대가 보인다. 집현전이나 경복궁 등은 조선중앙TV의 오픈세트에서 촬영했다. 압록강, 묘향산 등에서도 현지 촬영했고 특히 대규모 전투장면은 말 사육장이 있는 무산에서 찍었다. 북에서는 보기 드문 해외로케도 이뤄졌다.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성삼문과 신숙주가 음운 연구를 위해 중국 학자를 만나러 가는 과정을 찍기 위해 실제 중국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드라마 〈사육신〉을 통해 가보고 싶었던 북녘 곳곳을 눈으로나마 실컷 감상해 보자.
 

Q9 촬영장 분위기가 궁금하다?

촬영장을 세 번 방문한 나상엽 KBS 책임PD에 따르면 〈사육신〉의 촬영장 분위기는 남쪽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맡은 일에 대한 열정으로 전투적으로 달려드는 각각의 촬영스텝들,  촬영 직전까지 대본 연습을 하는 배우들, 평소에는 훈훈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면 카리스마 넘치는 북 최고의 연출자 장영복 감독 등. 긴장감 넘치면서도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는 남북이 똑같았다.

 

Q10 남북 최초의 합작 드라마, 성공할 수 있을까?

애초 기획단계만 하더라도 KBS 내부에서는 ‘애국가 시청률’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제작 전부터 남측의 기술지원이 이뤄지면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던 〈사육신〉은 시사회 당시 남측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KBS편성본부장과 〈불멸의 이순신〉을 연출했던 이성주 드라마팀장 등은 “남측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역사극이 만들어졌다”며 ‘기대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는 10년 이상 수련을 거치며 발성, 대사 전달력, 표정연기 등에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 북녘 배우들의 공이 컸다. 게다가 나상엽 PD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육신〉은 ‘북녘식 스펙터클’의 갖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전투장면만 보아도 남쪽에서는 비용문제로 말을 30필 이상 빌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 그러나 북은 무산농장에 있는 수백 필의 말과 수천 명의 엑스트라를 마음껏 동원했다. 음악도 주제곡 하나를 30개의 버전으로 편곡하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등장하는 등 남쪽에서는 상상도 못할 스케일을 보여주었다. 말 그대로 ‘북녘식 스펙터클’의 진수를 담은 셈이다. 이처럼 〈사육신〉은 남쪽에서 사랑받을 만한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유명 영화배우들도 브라운관에서는 맥을 못추는 것이 작금의 현실. ‘최초의 남북 합작드라마’가  과연 취향 까다로운 남측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만약 〈사육신〉이 의미있는 성공을 거둔다면 남북의 안방이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사육신〉은 남측에서 방영된 뒤, 북에서도 전파를 탈 예정이다.

                                                      [2007. 77호, 민족21] 서유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