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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밥상
피터싱어 외/산책자/446쪽 | 우리는 평생을 반복하여 의식주와 관련된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은 일상생활에서 늘 떠나지 않는 영원한 숙제다.
그리고 《죽음의 밥상》은 이런 우리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 준다. 내가 먹고 있는 하루 세 끼의 식사가 도대체 어떻게 생산돼 밥상에 오르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무지나 무관심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윤리적인 먹거리 생산에 동참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 소개된 가족들은 모두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전형적인 미국의 현대식 식단을 택한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과 채소 위주의 잡식 식단을 이용하는 매서렉 모타밸리 가족 그리고 조앤과 조 파브 가족처럼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채식만을 고수하며 윤리적 밥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이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무엇을 먹을 것인가’로 귀결된다. 밥상의 역추적 과정에서 저자들은 미국의 ‘공장식 농장’, 즉 콘크리트 축사에 가둬진 채 길러지는 소나 비좁은 닭장에 가둬진 채 길러지는 동물들의 비윤리적인 사육과정에 대해 우리가 다시 한번 눈 돌릴 것을 권한다.
전형적인 미국인 식단으로 값싸고 편리한 밥상을 원하는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이 선택한 타이슨 푸드사의 닭고기 가슴살이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더 분명해진다. 닭의 살을 찌우기 위해 움직일 수조차 없는 닭장 안에 갇혀 알을 깬 지 6주만에 처참한 도살의 과정을 거쳐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값싼 공장식 농장의 닭들이 과연 우리에게 저렴하며, 맛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이들 회사들이 ‘공장식 농장’을 운영하며 배출하는 오물과 폐수들이 가져온 환경오염 비용과 15세 이하의 아동까지 고용하는 가혹한 노동착취는 결국,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더 비싼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먹거리의 생산방식이 인간에게 위험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경고가 이미 인간의 밥상에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광우병 논쟁에 휩싸여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 [87호, 민족21] 신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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