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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영화제를 통해 공개되는 이북 영화 일곱 편.
부산을 찾은 관람객과 부산 시민들에게 손쉽게 웃고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대신 이들이 발견한 것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특별전 상영 기간 만난 관객들이 발견한 북녘 영화의 가치와 미덕은 무엇인지. 3박 4일 동안 부산에서 지켜본 관객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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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의 한 장면. 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북의 영화 7편이 상영되었다.[2003 PIF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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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21 2003년 11월호]
“다른 건 다 안 돼도 〈내 고향〉은 꼭 상영해야 된다”는 한국영상자료원장 이효인(43) 씨의 달뜬 바람을 단칼에 잘라버린 국가정보원의‘제한 상영’ 딱지가 떨어진 날,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작은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내 고향〉은 상영 불가, 〈봄날의 눈석이〉는 제한상영”이라는 국정원과 통일부의 엄격함(50년대 영화에까지 적용하는 그 엄격함이라니!)에 “한 편이라도 빠지면 전부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측의 완고함이 맞부딪칠 즈음, 순간‘기사가 완전 날아가겠구나’란 소심함에 싸이기도 했었던 것이다.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거리마다 모여 앉아 영화제를 즐기는 사람들 틈을 스쳐 지나며 벌써 농익은 부산영화제의 냄새가 끼쳐 오는 듯 했다.
벽마다 빼곡이 붙은 일정표 속에서 ‘북 영화 상영 일정’이라는 공지문을 발견했다. 고작 가로로 놓인 A4 용지 한 장 짜리 공지문과 ‘북한영화특별전(이하 특별전)’이라는 작은 팜플렛 하나가 전부인 특별상영이지만, 사실은 이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이었다.
시선 하나, 남북 영화 교류의 큰 걸음
이야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직위원회측은 1998년 베이징에서 북의 영화관계자와 처음으로 만났고, 2000년 정식으로 남북 영화 교류를 제의했다. 부산영화제 김동호(66) 집행위원장은 “남북 100년 영화 역사 복원의 시발점”이라고 특별전을 평하며 그 의미를 짚었다. 앞으로 진행될 영화 교류의 한 획이 되리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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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영화 상영을 공고하는 기자회견 장면. 왼쪽이 부산영화제 조동호 집행위원장.[2003 PIF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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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전 기간 동안 만난 독립영화 부스의 한 관계자는 “우리야 〈대한뉴스〉 말고는 남아 있는 과거 자료가 없지만 다큐멘터리나 기록필름이 그쪽에는 훨씬 잘 보관되어 있을 텐데, 이걸 계기로 교류가 활발해 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더 뜨겁다. 박태영(78) 선생은 “갈라져 있어서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되니 통일이 한결 가까워 오는 것 같다”며 “매일이라도 와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상영을 반겼다.
물론 그 전에도 북의 영화를 일반인들이 접할 수는 있었다. 몇 해전 비록 흥행에서 참패하고 “북측영화도 우리 영화는 맞지만 스크린쿼터(국내영화 의무상영)는 불인정” 때문에 고초를 겪었던 〈불가사리〉(1985)가 서울의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춘향전〉 〈안중근, 리등박문을 쏘다〉 〈림꺽정〉 등의 영화는 공중파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도 상당량의 비디오를 보관, 이를 일반인들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간간이 진행되는 ‘이벤트’에 불과했던 만큼 부산영화제를 통해 ‘공식적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북의 영화는 환영할 만하다.
또한 영화 프린트를 남측에 보관해 비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의미를 더한다. ‘국내 영화제 최초로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에는 도합 7편의 영화가 선정됐다. 제한상영을 제외한 5편의 영화에는 100∼150여 명의 관람객이 모여들어 북측 영화 ‘탐험’에 나섰다.
시선 둘, 호기심 어린 “재밌다”
10월 7일, 부산영화제의 ‘중간결산’ 기사가 영화제 일일소식지에 실릴 때서야 북측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는 3일간의 짧은 여정이 시작되었다. ‘
최초의 북 영화 상영’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20∼30여 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첫날 상영된 영화는 〈내 고향〉(1949)과 〈신혼부부〉(1955), 이 중 〈내 고향〉은 제한상영으로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관람이 이뤄졌다.
“홍보가 잘 안 돼서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는 부산영화제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뒤로 하고 들어선 〈신혼부부〉 상영관에는 150여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영화가 끝난 뒤 “주위를 둘러보다가 ‘무료’라서 오게 됐다”는 임태윤(27·부산) 씨는 “웃기긴 하지만 뮤지컬을 도입하는 등 세련된 모습”이라고 처음 접한 만큼 재미있었다고 평했다. 이날 하루뿐 아니라 8일, 9일에도 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북에서 왔다니까 한 번 봐야 되지 않겠냐고 해서 왔다”고 한결같이 호기심을 내보였다.
둘째날 〈우리 렬차 판매원〉 상영관에서 만난 가정주부 정아무개(60·부산) 씨 역시 “언론에도 나오고 또 국내에서 처음 상영되는 거라는데 호기심이 생겼다”며 한껏 기대에 차 있었다.
오병준(28·서울) 씨는 “내려올 때부터 특별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가끔씩 TV에서 방영하는 북측 영화를 보긴 했지만, 이렇게 극장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는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사실 영화제 시작 전 우려가 적지 않았다. “(북 영화에) 사람들이 많이 올 지는 모르겠지만, 외신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는 자원봉사자의 말처럼 ‘북측 영화’라는 다소 생소한 영화에 일반 관객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까 하는 의구심이 팽배했다. 다행히 특별전은 북의 영화에 대한 작은 갈증들을 채워주는 계기가 됐다.
한국청소년신문 김원곤(48·서울) 기자는 이를 두고 “분명히 문화와 사상, 이념의 차이가 있지만, 오랫동안 따로 떨어져 있었던 만큼 호기심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고 평했다.
시선 셋, 사상·체제의 이질감, 감성의 이질감
물론 영화 중간중간 남쪽과는 ‘다른’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1985) 상영장에서 만난 김종미(23·부산) 씨는 “자식의 장래를 고민하는 부모의 모습은 남북이 다를 게 없다”면서도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장군님’이나 ‘당’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측 영화의 ‘특징적인’ 대목 때문에 외국의 영화 전문가들은 낯설은 북측 영화를 “언제나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쓰여진다”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같은 이유로 영화제가 열리는 남포동 근처에서 만났던 이명직(42·부산) 씨는 “나도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우리와는 너무 다를 것 같아서 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다름’에 대한 반응들이 부정적으로 흐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영장에서 만난 이들은 “당연한 것 아니겠냐”며 영화 속에서 강조되는 다름에 주목하는 대신 관심이 가는 부분들에 대한 인상들을 이야기하는 데 더 바빴다.
오히려 남북의 상이함을 쉽게 이야기해 버리는 사람은 자신이 북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아닐지. 영화제 밖에서 관객들을 기다리던 일단의 취재진들은 예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영화 음악으로 흘러나오자 “북쪽은 늘 저래. 기본적으로 당이나 수령 찬양 일색 아냐”라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렬차 판매원〉(1973) 상영관 안에서는 시종일관 진지함이 감돌았던 것에 비한다면 대조적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차이들은 영화가 담고 있는 이념이나 내용 때문만도 아니다. 종종 드러나는 ‘신파’, 여주인공이 몸을 휙 돌린다던지 ‘오버’해서 슬픔이나 기쁨을 표현하는 부분들은 2003년 부산의 관객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와 종종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에 선보인 영화가 1950∼90년대의 예전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아주 자연스런 일인데…. 이효인 씨는 “우리 영화의 1970∼80년대를 생각하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신파적이다”며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북의 영화가 체제나 정신을 주장하지만, 장르 영화답게 다양하게 전개된다. 이런 것은 북의 ‘특징’으로 봐야지 문화적 우열을 가리려 하면 문제가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시선 넷, 순박하게 드러난 ‘사회주의 리얼리즘’
특별전은 일반인들 뿐 아니라 영화 전문가들도 대거 참석,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영문자막이 제공되지 않음에도 외신 기자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내 고향〉이 가장 주목을 받았는데, 상영관에 모인 30여 명의 사람들은 “흥미있게 봤다”며 입을 모은다.
《스크린 인터내셔널》 달시 파킷 기자는 “촬영 기법이 세련됐고, 화면이 안정돼 있어 전후복구를 막 마친 40년대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남인영 씨도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영화의 과장된 연기보다 두드러진다”며 〈내 고향〉의 미학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김희진(36) 감독은 “미니어처, 세트, 로케이션, 와이프 등 당시의 영화기술이 모두 동원되는 것은 북이 세계 영화 조류를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을 드러낸다”며 “푸도프킨식 연상적 몽타주가 영화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강조의 순간에는 에이젠슈타인식 변증법적 몽타주가 개입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이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기법을 계승한 듯 하다”고 덧붙였다.
비록 제한상영에 그쳤지만 이번 특별전을 통해 미학이나 촬영기술의 특징 뿐 아니라 내용 상의 특징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감독 조성범(43) 씨가 지적하듯 “개인의 사랑과 인생을 다루는 와중에도 사회적 모순과 민족, 역사 등이 녹아있다”라는 점이다.
이는 이후 상영되었던 〈봄날의 눈석이〉(1985)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1993)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뭇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이런 ‘정치성’도 “헐리우드 영화가 교묘하게 이데올로기를 위장해서 전파하는 것보다는 순박하다”는 그의 말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시선 다섯, 북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근거
무엇보다도 두드러졌던 것은 “영화를 통해 북녘 사회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한결같은 반응이다.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이 북의 가족과 가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전해준다면 〈우리 렬차 판매원〉은 실제 직업전선에 뛰어든 북녘 여성의 직업 의식을 보여준다.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를 관람한 김종미(23·부산) 씨는 “우리는 농업이나 어업을 천시하는데, 그런 부분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점”을 새로이 발견했다고 말했다. 강선자(32·부산) 씨는 “북녘 사회의 명소나 풍광이 말할 수 없이 깨끗하게 펼쳐진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성은진(24·부산) 씨는 “경제 건설에 아무 사심 없이 뛰어드는 게 가능한 사회가 북인 것 같아서, 새삼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북녘 사회의 의식이나 사회의 발전상, 사람들의 생활상, 나아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의식이나 체제를 영화를 통해 챙겨 보는 것이다.
〈신혼부부〉를 보고 관심이 생겨 〈우리 렬차 판매원〉을 다시 보러 왔다는 선판용(62·부산) 씨는 “(어제 본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1970년대에 시작한 경제건설 운동을 북에서는 1955년도에 시작하더라”며 “영화 자체보다도 그 안에 담겨진 북의 사회상이 궁금한 거니까 상업영화와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고 특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특성 덕분에 이번 특별전은 북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쓰이기도 했다. 부산대학교의 ‘북의 공연예술’ ‘북의 사회와 정치’ 등의 강좌 수강생들은 이 영화를 관람하고 이후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며 좌석을 채웠다. 또한 여성단체, 시민단체 및 통일단체들도 이 자리에 함께 해 ‘관심이 있지만 가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땅’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도합 7편의 영화를 통틀어 1000명이 채 안 되는 관객 수. 특별전의 ‘외관’은 일견 초라해 보인다. 뒤늦게 상영이 확정된 만큼 홍보도 부족했고, 포스터 하나 없이 치뤄진 ‘특별전’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그 흔한 북녘영화 관련 세미나나 의미 정리도 없이 달랑 영화만 상영된, 그래서 특별전을 풍부하게 만들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북 영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해 낼 수 있을 정도에도 이르지 못한 남북 영화의 거리도, 남쪽과 해외 영화 상영으로 온종일 북적대는 부산영화제에서 느끼는 이율배반이다.
10여 년 전, 대학가와 통일운동단체가 주축이 되어 통일운동의 일환으로 쫓기듯 북녘 영화 보기를 추진했었고 이제는 영화제 기간 동안이라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그 10년 동안 북의 영화예술을 보는 시선은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 영화에 드러난 북녘 사회에 대한 호기심….
그러나 믿고 싶다. 그동안 남북의 급격한 정치사회적 변화만큼이나 영화에 대해서도 드러나지 않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하얗게 불밝힌 부산을 떠나며 이제 막 발을 내딛은 남북영화 교류가 어떻게 이를 새롭게 ‘발견’해 낼지, 기대만큼이나 궁금증이 앞선다. [200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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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북측영화특별전 상영영화
내 고향 : 제한상영 감독 강홍식｜출연 문예봉, 유원준｜1949｜흑백 94분 북 최초의 극영화로서 의미가 크며, 특히 남북이 완벽하게 갈라지기 이전 상황에서 북 영화의 미학적 토대를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작품. 일제 치하의 우리 민족이 어떻게 생활했으며, 해방이 된 후 풍경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또 영화 문학적으로, 영화 형식적으로 어떤 모양을 갖추고 있는가 드러난다.
신혼부부감독 윤룡구｜출연 유원준, 김현숙｜1955｜흑백 70분 극영화로서 철도 노동자들이 경제복구 건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신혼부부의 생활을 통하여 드러낸, 북의 전쟁 복구 노력과 신혼부부라는 소재가 어떻게 결합하는가를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
우리 렬차 판매원 감독 고학림｜출연 최귀복｜1973｜흑백 75분 기차 안 판매원은 자신의 일을 최고로 여기며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를 가로막는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열차 판매원은 인내와 계몽 정신을 지니고 열차에 타는 사람들을 설득하여 모두가 공동체를 위하여 정성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북의 노력 동원을 촉구하는 작품으로서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 감독 윤기찬｜출연 김원 김정화｜1985｜컬러 91분 멜로 드라마로서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데 주인공 남자의 과거 여인이 있는 탓에 세 명은 미묘한 삼각 관계가 된다. 하지만 이후 많은 감정의 갈등을 겪은 후 세 사람은 나름의 마음 정리를 한 후 처음 두 남녀가 다시 사랑하는 관계를 회복한다는 내용의, 북에서는 보기 드문 삼각 멜로 드라마이다.
봄날의 눈석이 : 제한상영 감독 림창범, 고학림｜출연 김룡린 김옥희｜1985 컬러 104분 재일 총련계의 남수와 민단계의 영아는 사랑을 맹세하지만 서로 집안은 정치적인 이유로 둘의 결혼을 반대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두 사람의 노력과 두 집안의 우호적인 과거가 드러나면서 둘은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사랑을 하게 된다. 결혼식날 두 집안 사람들은 봄날의 눈이 녹듯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 1,2부
감독 김길인｜출연 한길명, 김룡린｜1993｜컬러 1부 56분, 2부 48분 대동강 여객선의 강선달 공훈선장은 아내를 잃고 혼자 살고 있는데 자식들이 그의 재혼을 주선한다. 그 대상은 유치원 원장을 하는 역시 그 나이 또래의 여성이었는데 둘은 재혼을 부끄러워 거부할 뿐 아니라 서로가 각자 상대방이 있는 사람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자식들의 노력과 더불어 오해가 풀리면서 둘은 행복하게 만나게 된다. 북의 가정 모습과 풍습 그리고 재혼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멜로 드라마 일종으로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 |
남북 영화 교류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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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최초로 정식상영되었던 북의 공상과학영화 〈불가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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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북측 영화 〈불가사리〉의 국내 개봉이었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북측 영화 제1호’ ‘50년 만에 북에서 왔습니다’는 카피와 함께 2000년 개봉했던 〈불가사리〉 이후 간간이 북측 영화가 소개돼 왔다. 또한 2002년 남측 영화로는 최초로 단편 〈시집가는 날〉 평양영화축전 출품, 2003년 〈아리랑〉남북 동시 개봉 등 소식이 전해졌고, 올 대종상 영화제에서 북측 영화 〈청자의 넋〉이 상영되는 등 남북을 오가는 영화교류가 드문드문 이어졌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부산아시안게임 북녘 응원단 참가 등 남북관계가 좋아질 때는 북측 영화를 조망하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2000년 한국영화학회의 ‘북측영화연구’추계 세미나와 2002년 동국대 영화영상학과가 마련한 남북 영상 이미지 비교연구 부문 세미나 등은 이러한 사회상황과 맞물려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는 아직 “본격적인 개방이나 유통형식은 아니며 북의 영화와 그를 둘러싼 제작, 정책, 제도, 문화예술로서의 사회적 기능, 미적 가치 등에 대한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를 따라가지 못하는 영화 교류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중 주목할 만한 것은 2000년 영화인들의 방북. 10명의 방북단은 북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영화촬영 현장을 시찰하고 조선예술영화촬영소, 평양연극영화대학, 조선영화수출입사, 조선 4·26아동영화촬영소, 목란비데오사 관계자를 만나 영화교류의 물꼬를 텄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특별전도 이때부터 공식 논의되기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측은 향후 영화 상영에 그치지 않고, 평양국제영화제와의 교류와 영화인들의 왕래 및 만남까지 주선한다는 계획이다. 상영된 영화를 보관할 한국영상자료원측도 “궁극적으로 조선국가영화문흥부와 필름 아카이브(자료관)를 만드는 게 목표”다며 금강산 등지에서 영화교류가 이루어지길 희망했다. 이효인 원장은 “흥행 영화와는 별개로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보관, 흔적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남북교류의 활성화와 더불어 영화계에서도 교류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는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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