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네가 알고 있던 모든 사실은 거짓이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대사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던 북녘 영화에 대한 상식, 혹은 선입견을 여지없이 부수고 있다. 하지만 불온한 의도가 아닌 그의 폭로전(?)은 불쾌하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고 호기심을 유발한다. 북녘 영화에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선 오히려 긍정적이다.

저자는 6·15공동선언 이후 급속히 전개되는 통일정세의 변화 과정에서 북을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욕심에 북녘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많은 발품을 팔고, 시간을 내 북녘 영화들을 섭렵해 왔다. 자신보다 북녘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은 “적어도 한국 내에선 없을 것”이라 감히 자부할 정도다.

신나게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레 북녘 영화를 분석한 남쪽 연구 자료들도 찾아 읽게 된 저자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실과는 전혀 다른 정보, 추측들이 가득한 것이다. 저자는 남쪽의 연구 자료들이 “해당 영화 속에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있다고 전제하고 자기의 주장을 펴는가 하면, 영화 속에 보여지는 것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여 자기주장에 맞게 재구성”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더구나 일반인들이 쉽게 북녘 영화를 접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러한 분석이 비판받거나 논의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선행 연구자들의 잘못된 정보가 그 뒤를 따르는 연구자들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승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자는 이 책을 내는 동기가 북녘 영화를 바라보는 남쪽 연구자들의 관점을 비판하기 위함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는 연구자들이 자기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하는 근거(영화 속 이야기)들이 객관적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은 ‘폭로’할 뿐이다. 그들의 선험적 결론에 북녘 영화를 강제로 끼워 맞추는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연구자에 대한 인신공격이 아니다. 이들이 앞으로 더욱 객관성을 가지고 활발하고 광범위하게 북녘 영화를 연구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보다 앞서고 있다. 때문에 책은 도발적이고 섹시하지만 결코 불순하지 않다. 물론 책을 통해 비판당한 연구자들이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디 연구자란 비판과 비판 속에 맺어진 전우들이 아닌가. 따분하고 어렵기만 한 북녘 관련 서적 중 모처럼 톡톡 튀는 재미를 안겨준 책이다. 물론 그렇다고 가볍다는 건 아니다. 이 책을 다시 반박하는 연구들도 기대해 보겠다.

 

[민족21, 106호]

이은영 레디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