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을 선포하는 단군을 묘사한 북의 그림. [자료제공 - 최현진]

우리 역사의 시조로 ‘단군’을 거론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군이라는 인물이 역사상 실재했는가에 대해서는 아마도 논쟁의 소지가 있을 것이다. 이런 논쟁의 소지는 단군이란 인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신화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단군이 신화 속 인물인가 실제 존재했던 인물인가에 대한 논의와 상관없이 강화도에는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이 있고, 그 아들이 지었다는 삼랑성이 버젓이 존재한다. 더구나 평양에는 실제 단군의 릉이 발굴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 구 단군릉. 평양 대박산 소재. [자료제공 - 최현진]

▲ 평양 대박산에 1994년 새로 조성된 단군릉. [자료제공 - 최현진]

북쪽에서 단군은 1950년대까지 신화적 존재로 취급을 받았을 뿐, 단군이나 그가 설립한 고조선이라는 국가를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마르크스의 사회발전 5단계설에 따라 고조선을 ‘고대노예제사회’로 인정하면서 대략 ‘요하’부근에서 고조선이라는 국가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북측은 1993년 단군릉과 동명왕릉 건립을 계기로 ‘평양’을 중심으로 한 역사관을 새롭게 정리한다. 단군의 무덤까지 발굴한 북한은 우리와 다르게 단군조선의 성립을 약 기원전 30세기경으로 추측하고 단군릉에서 발굴된 유골에 대한 탄소측정을 통해 5,011년 전에 만들어진 무덤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북은 이를 스스로가 고조선과 부여-고구려-발해-고려의 전통을 이어받은, 민족적 정통성을 가진 국가라는 것을 강조하는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북은 자주성의 관점에서 고려를 멸하고 설립한 조선에 대해서는 매우 낮은 평가를 하고 있다. 북의 교과서에서도 각 국가의 시조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나 조선의 건국에 대해서는 봉건왕조로 취급하고 이성계에 대해서도 자세한 기술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북은 고조선의 영토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도 남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북의 학계에서는 고조선과 관련된 지역에 나오는 ‘비파형 동검’을 주목하고 있다. 이 비파형 동검이 중국이나 시베리아 같은 데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과 그것의 분포 지역이 우리 민족의 활동범위로 국한되고 있다는 점들로 인해 북은 비파형 동검이 나오는 지역을 고조선의 영역으로 해석한다.

북은 한때 서쪽으로는 난하, 동으로는 동해, 남으로 압록강에 이르는 영역을 기원전 8~7세기 무렵의 고조선의 영토로 파악했었다. 그 후 기원전 4~3세기 무렵 연의 침략으로 인해 서쪽으로는 대능하까지, 남쪽으로는 예성강까지를 고조선의 영토로 파악했었다. 그러나 단군릉이 발견된 1993년 이후 북은 고조선이 평양을 중심으로 한 고대국가라는 체계를 구축했다.

 

남한의 단군

남쪽에서는 삼국유사의 ‘위서’와 ‘고기’를 인용해 단군조선의 창립연대를 대략 기원전 2,333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체계에 대해서는 북과 다르게 부족 연합체 성격으로 고대국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게 정설이다. 일부(특히 경제사학회)에서 고대국가와 관련해 고조선과 부여 등을 노예제 사회로 해석하고 이를 고대국가로 하려고 했으나 더 이상의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또한 고조선의 영역에 대해서도 전성기에는 요하, 말기에는 청천강 유역으로 보고 있다. 반면 평양지방에 대해서는 한사군의 하나인 낙랑군이 중심이었다고 파악해 북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참성단. ‘천원지방’으로 하늘은 원으로, 인간이 제를 지내는 단은 방형으로 만들었다. [자료제공 - 최현진]

강화도에서 만나는 단군

다만 북이나 남이나 인식을 같이하는 것은 단군신화에 대한 부분이다. 즉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최초로 사람을 다스리고 곰이 환생한 웅녀와의 사이에서 단군을 낳아, 이 단군이 후에 나라를 세우고 1500년을 다스렸다는 이야기다.

단군신화를 기반으로 한 개천절 행사는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이후 거의 매년마다 평양 단군릉 앞에서 기원제 형식으로 개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남쪽의 한민족연합회는 어천절(단군이 지상에서 내려온지 216년만인 음력 3월15일 하늘로 올라간 날)에 강화 참성단에서 남북이 함께 단군의 기원제를 지낼 것을 제의했고 북도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참성단은 강화도 흥왕리 마니산 정상에 있는 제단으로 ‘고려사’의 기록에 의하면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드리던 장소다.

북에서도 단군에 관한 기록인 ‘우리 민족의 원시조 단군’이란 책을 발간하면서 남쪽의 유적지 중 유일하게 강화 ‘참성단’을 비중있게 다루었다. 이 강화도에는 참성단 외에도 단군의 세 아들이 함께 만들었다는 삼랑성이 있어 단군 신화와 관련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많은 고인돌(단군이 활동하던 청동기시대의 분묘)들이 발견되어 고대역사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열쇠가 되고 있다.

최근 남과 북 사이에 고대사에 대한 연구와 단군에 대한 재해석이 활발해지고 있는 요즘, 강화도는 북의 평양과 함께 민족의 시원과 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통일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0.3.16 최현진의 DMZ 이야기 [통일뉴스 연재 18]